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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로피> - 사회적 명제와 과학적 개념

Luckydays 2016. 9. 5. 15:51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라는 물리학 이론이 있습니다.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은 정확히 측정할 수 없고 어딘가에 있을거라는 확률만 계산할 수 있다는 이론이죠. 물리학과 양자역학에서나 나오는 이 복잡한 이론을 논술 시험을 준비하던 사람이 외우던 때가 있었습니다. '인간 오감의 한계는 불확정성 원리로 증명되었다' 라는 얼토당토 안되는 묘사 때문이였죠. 이처럼 과학 이론을 잘못 이해하고 잘못 사용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흔합니다. 그 대표적인 책 <엔트로피> 에 대해서 말해보겠습니다.

 1. 내용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을 끝까지 읽지는 못했습니다. 책 제목이 <엔트로피> 여서 과학도서일줄 알았더니 사회문제를 다룬 책이였고, 또 책에서 다루는 개념이 고등학교 물리 정도만 배워도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기 때문에, 책 내용을 이해하기가 생각보다 어려웠죠.

 그나마 읽어본 곳까지 추론을 하자면, 일단 에너지 소비에 대한 사회적 문제를 다룬 책이고, 자원 고갈, 산업 가속화 등으로 생기는 부작용을 서술한 사회 문제에 관한 책입니다. 물리학 용어인 엔트로피에 대한 책은 아닙니다.

 2. 뭐가 잘못 되었는가.

 첫 번째 문제, 엔트로피를 사용한 것. 엔트로피라는 개념은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한 개념입니다. 흔히들 알려진 '무질서' 보다 더 복잡하죠. 엔트로피를 다루는 열역학은 머리 아픈 학문으로 악명이 자자하고 전공 석사쯤은 되어야 이해가 가능한 수준이기도 하죠. 그런 개념을 사회학자이자 경제학자가 다룬다는 건... 위험성이 상당히 크죠.

 두 번째 문제, 어찌어찌 다른 사람들의 자문이나 토론을 통해 정확한 과학적 개념을 사용하면 첫 번째 문제도 상쇄가 되는데, 이 책에서 다루는 '엔트로피' 는 틀렸습니다. 다른게 아니라 틀린거 맞습니다. 엔트로피에 대한 전제부터 틀렸고, 지구가 폐쇄계라는 것도 틀렸고, 엔트로피가 비약적으로 증가한다는 것도 틀렸습니다. 그냥 과학에 살짝 발만 담근 저도 이 정도의 오류를 찾는데, 전공자들 입장에서는 어떨지 궁금하군요.

 3. 안 좋은 책인가?

 과학적 오류를 빼면 괜찮은 책이라고 합니다. 자원 고갈이나 에너지 소비 증가를 다룬 책으로서는 좋은 책이고, 엔트로피라는 단어도 왜곡된 개념이긴 하지만 널리 퍼트린 공신이기도 하고요. 사회 문제를 다룬 책으로는 적절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엔트로피를 배우기 위해서는 이 책은 최악의 선택이기도 하죠.

 4. 평가

 A라는 사회적 명제를 B라는 과학적 개념으로 증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B라는 과학적 개념을 잘못 사용하면 A라는 명제가 아무리 옳고 좋은 것이라도 위험할 수 밖에 없죠. 불확적성 원리는 양자역학의 입자에만 성립이 되는 법칙이고 엔트로피는 복잡한 물리학, 열역학에서 쓰이는 법칙입니다. 과학적인 원리와 개념을 '그럴듯하게' 사회적 명제와 결합하는 건, 과거에 진화론으로 인한 인종차별 같은 끔찍한 결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엔트로피> 는 사회적 명제는 훌륭하게 다뤘지만, 과학적인 개념은 틀리게 다룬 책입니다. 사회학과 관련된 책을 읽고 싶으시다면 좋은 책이지만, 과학적인 지식을 위해서는 좋지 않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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