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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랑> - 단 한 마리의 토끼도 잡지 못한 영화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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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랑> - 단 한 마리의 토끼도 잡지 못한 영화

Luckydays 2018. 9. 29. 18:00

 

 ※ 스포일러 주의!!!

 일본 애니메이션의 실사화의 성공 타율은 굉장히 낮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꿇리지 않을 명작들이 많고, 많은 제작자와 감독들이 이 명작 애니메이션의 실사화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죠. 하지만 막상 실사 영화로 다시 만들어진 일본 애니메이션은 실패작들이 많습니다. 가장 최근에 개봉한 <공각기동대> 를 비롯, <데스노트>, <진격의 거인> 등등이 대표적인 실패작입니다. 그리고 아주 보기 드문 사례인 일본 애니메이션을 한국에서 실사 영화한 <인랑> 역시 실패의 징크스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 스토리

 가까운 미래의 한국, 중국이 아시아의 패권을 장악하고 일본이 재무장을 하고 있는 가운데 대한민국과 북한은 이런 열강들의 견제 속에서 통일을 결정합니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 심지어 미국까지도 이 통일을 바라고 있지 않은 상황. 결국 주변 국가에서는 통일 한국에 강력한 경제 제재를 가하게 됩니다.

 경제가 급격히 나빠지자 사회가 혼란에 빠지게 되고, 통일에 반대하는 폭력 시위 세력인 '섹트' 가 등장합니다. 섹트는 총기와 폭탄을 사용한 과격한 시위까지 벌이고, 이런 섹트를 진압하기 위해서 정부에서는 수도경비 특수기동대(특기대)를 설립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특기대가 과천에서 어린 여고생을 오인 사살하는 '피의 금요일' 사건이 벌어지게 되고 이 사건으로 인해 특기대의 과격한 시위 진압에 대한 여론이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한편 특기대를 눈엣가시로 여기는 공안부와 특기대의 대립도 점점 심화되는데....

▲ 한상우(김무열)은 특기대 출신으로, 영화에서는 공안부 소속으로 특기대를 무너뜨리려 하고 있습니다

 # 메세지를 담은 영화?

 애니메이션 <인랑> 은 다분히 메세지를 드러냈습니다. 빨간망토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강조하면서 주제를 직접적으로 전달하고, 가면을 쓴 주인공과 맨 얼굴의 주인공을 대비를 보여주면서, 인간이 작은 사회에서 얼마나 잔인해질수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주인공이 가면을 쓰지 않은 채로 살인을 저지르면서 사람과 인랑의 경계에서 결국 인랑으로 변해가는 결말도 충격이였죠.

 하지만 영화 <인랑> 은 이런 메세지를 전달하기에는 너무 많이 부족했습니다. 통일 한국이라는 배경은 영화가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금방 잊혀지고, '인랑' 이라는 특수요원에 대한 설명과 암시도 너무 많이 부족했습니다. 빨간망토 이야기는 영화에서 겉돌았고 주인공인 임중경이 사람과 인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도 크게 부각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남녀 주인공의 멜로(...)와 손발이 오그라드는 신파, 단편적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캐릭터등 여러 부족한 요소 덕분에 <인랑> 의 주제의식은 원작과 비교하기 미안할 정도로 바닥을 기어다니고 있습니다.

▲ 원작 애니메이션은 메세지와 주제의식에 힘을 실었습니다.

 # 오락적인 영화?

 그렇다면 이 영화가 주제의식 따위는 잊어버리고 머리를 비운채로 관람할 만한 영화이냐... 하면 또 그렇지도 않습니다. 몇몇 부분은 확실히 멋집니다. 일단 배우들의 얼굴은 굉장히 멋지고요. 마지막 하수도 액션신도 나름 볼 만합니다. 암울한 배경도 나름대로 묘사는 잘 했습니다(묘사는 잘 했지만 써먹지를 못해서 그렇지)

 아주 자그마한 장점이 있긴 하지만 오락 영화로 즐기기에는 단점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특기대와 공안부의 첩보전은 재미있지도 않고, 한효주가 연기한 여자 캐릭터는 발암의 정점을 찍어버리죠. 악역으로 등장하는 한상우 역시 영화의 메인 악역에 걸맞지 않는 너무나도 약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막판의 장진태와 임중경의 대결은 허무하게 끝나버리고, 하수도 액션신도 주인공과 상대가 비등비등한 액션이 아닌, 일방적인 학살신으로 묘사되면서 관객의 긴장감을 유발하지 못하죠. 결국 오락 영화라고 하기에도 많이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 안 나와도 되는 캐릭터도 많고, 발암 캐릭터도 존재합니다

 # 두 마리의 토끼 중 하나도 잡지 못한 영화

 <인랑> 은 주제의식과, 오락적인 요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두 마리 토끼 모두 놓쳐버리고 말았습니다. 김지운 감독은 흥행과 평가 두 요소 중 하나 이상은 반드시 챙기는 감독이였는데, <인랑> 이 첫 번째 흑역사로 남게 되겠군요. <인랑> 을 보고 싶으시다면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하는 걸 보시는 방법을 가장 추천합니다. 아니면 넷플릭스 유료회원이신 분들은 넷플릭스에서도 관람이 가능하다고 하니 그걸 보시는 것도 좋은 선택인 것 같군요. 어찌됬건 돈을 지불하고 볼 만한 영화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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