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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 폭력이 정당화 될 수 있는가 본문
군대라는 곳은 참 신기한 곳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추억으로 남아있고 누군가에게는 떠올리기 싫은 고통으로 남아있는 공간이죠. 폐쇄된 작은 사회이면서 인권을 제약받는 곳이고, 불합리하면서도 합리적인 공간이기도 하며 이곳만큼 계급과 단체의 힘이 강한 곳이 없습니다. 단편 애니메이션 <창> 은 30분 정도 되는 짧은 애니메이션으로 군대 내부의 어두운 면을 잘 보여줍니다. 제대로 된 리뷰를 위해서 전체적인 줄거리를 설명할테니 스포일러 주의하세요.
1. 스토리
주인공인 정철민은 병장 계급에 분대장을 하고 있고, 대대장이 인정하는 모범 병사에 간부와 병사들에게도 평판이 좋은 병사입니다. 그러던 중에 홍영수라는 신병이 전입을 오게 되는데, 이 홍영수는 신병교육대에서도 문제가 있던 병사로 대대장이 특별히 주인공의 분대에 전입을 시킵니다. 말 그대로 어리버리한 고문관을 모범 병사가 교육을 해주라는 거였죠.
정철민은 자신이 홍영수를 열심히 관리하면서 점점 홍영수가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는데, 일이 터집니다. 훈련중에 사단장이 군장 검사를 하게 되고, 정철민은 자신의 군장과 홍영수의 군장을 골라서 검사받습니다. 홍영수의 군장에서 나온건 깔깔이와 비닐봉지... 그날 밤 정철민의 분대는 단체로 얼차려와 혹독한 기합을 받게됩니다.
훈련이 끝나고 복귀한 정철민은 결국 폭발하여 분대원들 앞에서 홍영수를 구타하고 폭언을 퍼붓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홍영수는 자살기도를 하고, 정철민은 대대장과 중대장에게 불려갑니다. 사정을 대충 파악한 중대장은 정철민을 옹호하지만, 대대장의 유도심문에 넘어간 정철민은 "꿀밤 정도는 때렸다" 라고 하고, 대대장은 바로 정철민 이하 분대원을 헌병대로 넘깁니다.
헌병대에서 조사한 결과는 "내무실 문에 창문이 없어서 간부들의 감시가 힘들었고, 분대원들은 폐쇄된 내무실에서 여러가지 일탈 행동을 했다. 홍영수는 이런 환경속에서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했다." 라는 어처구니 없는 결과가 나오고, 정철민은 영창 15일 처분을 받고 분대는 해체 후 재편성 됩니다.
영창을 나와 돌아온 정철민, 내무실에는 창문이 생겨있고 분대원들은 전부 낯선 사람들이였고 유령처럼 군생활을 채운 정철민은 전역을 하게 됩니다. 전역 날 대대장과의 면담에서 대대장은 이상한 놈 하나 때문에 고생했다며 뻔뻔하게 웃고, 대대장실을 나온 정철민은 풀을 뽑던 홍영수에게 다가가 지금 편하냐고 묻습니다.
대답이 없던 홍영수를 뒤로 하고 돌아가던 정철민은 홍영수가 부르는 소리에 돌아봅니다. 홍영수는 독기어린 말로 "정철민 병장님과 함께 있었을 때보다 훨씬 편합니다" 라고 울면서 말하고, 정철민은 화난 표정으로 떠납니다.
2. 군대가 사건을 처리하는 방법
영화 내에서의 헌병 조사를 보면 어이가 없습니다. 구타와 가혹행위의 원인이 "창 없는 내무실" 이라니요. 말도 안되는 변명이죠. 군대 내부의 조직 문화와 상급자 특히나 장교와 간부들의 상급자들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이 좀 더 근본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대장이란 사람은 유도심문으로 정철민에게 책임을 덮어 씌우고 말로만 구타 근절, 일벌백계 같은 말만 하고 끝납니다. 이게 군대가 사건을 처리하는 방법이죠.
3. 피해자 정철민?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철민이라는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하게 될겁니다. 정확히 말하면 어리버리하고 의지도 개념도 없는 홍영수란 캐릭터에 반감을 가지게 되죠. 홍영수는 군대 내의 조직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자신이 혼자 편하려고 하다가 결국 분대, 소대, 중대, 대대에까지 피해를 주게 되죠. 이렇게 조직에 적응을 못하는 사람에 의해서, 또 상급자의 치졸한 꼬리자르기에 의해서 군생활의 마지막을 망치게 된 정철민을 피해자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4. 가해자 정철민?
반면, 아무리 짜증나고 개념없고 의지없는 사람에게라도 폭력을 저지를 수가 있을까요? 아무리 고문관이라고 해도 인권 유린의 희생자가 되어도 되는 걸까요. 정철민이 군대 내에서 모범병사이고 성실한 병사라고 해도 그 역시도 결국 FM을 "폭력" 을 통해 "강요" 하는 또 다른 가해자의 입장에 있습니다. 아무리 무개념인 병사라고 해도 그에게 폭력이나 폭언을 하는 것이 정당화 될 수는 없으니까요.
5. 평가
보고 느낄만한 점이 많을 겁니다. 감추고 덮기에만 급급한 군대내의 처리와 군대라는 조직 내부의 부조리, 그리고 그 속에서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된 정철민과 병역 의무라는 제도 내에서의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된 홍영수를 보여줍니다.
참고할만한 감독의 인터뷰를 보면, 이 영화의 제작 의도는 "개념없고 짜증나면 인권 유린의 희생자가 되어도 좋은가" 라는 질문이였답니다. 그렇기 때문에 홍영수라는 캐릭터를 개념없고 짜증나게 만든거고요. 이 영화를 보고 혹시나 구타는 필요악이라느니 가혹행위가 있어야 된다느니 하는 건... 감독의 의도와는 많이 다른 감상입니다. 군필자건 아니건 한 번 보는 걸 추천합니다. 군대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보여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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