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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게임 리뷰

<아컴 호러> -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를 보드게임으로

Luckydays 2017. 6. 6. 17:52

 

 대부분의 보드게임은 플레이어끼리의 경쟁요소가 들어있습니다. 컴퓨터 게임으로 따지면 보드게임의 주 컨텐츠는 PVP 또는 PK인 셈이죠. 다른 플레이어를 속이거나, 경쟁을 하거나, 점수를 더 받는다거나, 아니면 다른 플레이어와 싸워야 된다거나. 반면 제가 리뷰할 <아컴 호러> 는 PVE에 중심을 둔 보드게임입니다. 플레이어들 간의 경쟁 요소는 거의 없고, 게임을 클리어하기 위해서 다 같이 전략을 세우고 협동을 해야하는, 보드게임에서 보기 힘든 협동형 보드게임입니다.

 1. 배경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에 나오는 1920년대의 아컴시가 주 무대입니다. 인간에게 여러모로 해로운 고대의 존재들이 봉인을 뚫고 아컴시로 스물스물 기어나오려는 것을 막아야 하죠. 플레이어는 조사자를 맡아서 기괴한 아컴시를 돌아다니며 단서를 모아야되고 때로는 이세계를 탐험해야 하기도 하죠. 쏟아져나오는 괴물들을 잡고 고대의 존재가 나오지 못하도록 봉인해야 합니다. 봉인에 실패하면 고대의 존재와 최후의 싸움을 해야하죠.

<게임에 있는 토큰들도 신비롭고 괴기한 느낌이 많습니다>

 2. 운빨X망겜

 <아컴 호러> 의 장르를 나누자면 RPG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조사자 하나 (또는 그 이상) 을 맡아서 아이템을 모으고, 마을을 탐험해서, 괴물을 사냥하고, 차원문을 봉인하니까요. 레벨 업의 개념이 없는 RPG 보드게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플레이어는 모든 판정을 주사위로 결정합니다. 결국 이 게임도 주사위만 잘 나오면 장땡인 게임입니다. 괴물과의 전투는 물론이고 플레이어가 맞이한 상황에서도 주사위에 따라서 결과가 극과극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초보자들도 운만 좋다면 충분히 캐리를 할 수 있습니다. 바꿔 말하자면 아무리 게임을 많이 한 숙련자도 재수가 없으면 본의 아니게 게임에서 트롤짓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3. 복잡한 룰

 <아컴 호러> 보다 복잡한 룰을 가진 보드 게임을 찾자면, 수도 없이 나올겁니다. 하지만 보드게임을 가볍게 즐기고자 하는 분들에게는 <아컴 호러> 가 상당히 어려울 겁니다. 제 경험을 돌아보자면, 처음 게임을 '세팅 하는 데만' 1시간 가까이 걸렸고, 룰북을 옆에 끼고 첫 게임을 했을 때는 2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숙련자가 끼어있지 않으면 상당히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게임이죠.

 게임자체에서 사용하는 내용물의 갯수도 많고, 룰 자체도 길기도 하지만, 특수한 상황에서의 룰까지 있어서 이것도 익혀야되고, 이런 룰을 다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룰을 적용하기 에매한 상황이 꼭 한두번 발생합니다. 거기다가 각 조사자들의 특수능력이나 고대의 존재의 특수능력, 특수한 조사자나 존재들의 능력 시너지까지 막 따지다보면, 룰을 숙지하는 데에 시간이 꽤나 오래걸립니다. 룰을 오해하는 경우도 많고요.

<확장팩까지 다 장착하면 어마어마한 규모가 됩니다>

 4. 그래도 재밌다.

 진입장벽만 넘으면, 확실히 재미는 보장되는 게임입니다. 난이도 자체가 어렵긴 하지만, 플레이어들 끼리 서로 해쳐나가는 재미도 있고, 주사위 운이 안좋으면 안좋은대로, 주사위 운이 좋으면 좋은대로 즐거운 게임이죠. 말도 안되는 상황이 펼쳐지는 경우도 부지기수라 친한 사람들 끼리 하면 웃고 떠들면서 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간발의 차로 게임을 클리어할 때의 쾌감도 짜릿하기도 하죠. 캐릭터들의 특징도 뚜렷해서 다시 플레이 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5. 확장팩

 확장팩이 상당히 많습니다. 본편과 똑같은 크기의 확장팩이 4개, 본편보다 작은 DLC 급 확장팩이 4개 있죠. 아쉽게도 본편과 달리 확장팩은 한글화가 되어있지 않습니다. 번역본이 몇몇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긴 하죠. 가격은 큰 확장팩과 본편은 6 ~ 7 만원, 작은 확장팩은 3 ~ 4 만원 정도 합니다. 가격이 많이 쎄긴 하지만, 확장팩을 설치할 때마다 확실히 추가되는 요소가 많아서 돈 들인 값을 하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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