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스> - 타이밍을 잘못 맞춘 게임

 

 RTS계의 황금기를 누리던 두 게임이 있습니다. 블리자드의 <워크래프트> 와 웨스트우드의 <커맨드 앤 컨커> 시리즈죠. 두 회사를 RTS계의 라이벌이라고 해도 무방할까요. RTS에서 경쟁을 하던 두 회사는 블리자드가 <디아블로> 를 출시하면서 핵 앤 슬래쉬 RPG로 까지 번지게 됩니다. 블리자드의 <디아블로> 에 대항하기 위해서 웨스트우드에서 <녹스> 를 만들어냅니다.

 1. 스토리

 주인공인 잭은 우연히 녹스라는 다른 행성으로 빨려들어가게 됩니다. 녹스에서는 네크로맨서 헤쿠바가 음모를 꾸미고 있었고, 주인공인 잭은 졸지에 이 음모를 막아서 녹스의 구원자로 활약해야 하죠. 흔히 보는 양산형 판타지 소설과 비슷합니다.

 2. VS <디아블로>

 <디아블로> 킬러라는 기대를 받고 출시된 게임이니 한 번 비교해보도록 하죠. 둘 다 핵 앤 슬래쉬 게임이긴 하지만, 매우 다른 게임입니다. <디아블로> 는 공포 게임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게임이였죠. 섬뜩한 그래픽에 음침한 사운드에 느릿느릿한 진행까지, <디아블로 3>로 입문하신 분들은 상상하기 힘들겠지만 <디아블로>는 청불 게임 딱지를 받을 만큼 잔인하고 무서운 게임이였습니다.

 반면 <녹스>는 정반대의 게임입니다. 물론 판타지 세계관이기 때문에 악마와 피와 시체가 나오긴 하지만, 분위기 자체는 유쾌하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캐릭터가 느릿느릿 걸어다니던 <디아블로> 와는 다르게 <녹스> 에서는 캐릭터들이 뛰어다니고 점프도 가능하죠.

<생각보다 가벼운 분위기의 게임이죠>

 3. 한글화

 한국 시장을 의식한건지 음성까지 환벽한 한글 더빙이 되어있습니다. 게임에 참여한 성우분들이 어느새 거물급이 되어있는 걸 보면, 참 오래된 게임이란 걸 새삼 깨닫게 되는군요. 지금 EA 오리진에서 배포한 게임은 영문판이긴 하지만 한글패치를 구하면 한글로 즐길 수 있다고 하더군요. 몇몇 오역이 보이긴 하지만 완벽한 한글화도 한국 게이머들에겐 플러스 요인이죠.

 4. 멀티플레이

 사실상 이 게임의 핵심 컨텐츠이자 타 게임과 차별화 되는 요소입니다. 들리는 소문에는 원래 멀티 플레이만 지원하는 게임에 싱글 컨텐츠를 덧붙이게 되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멀티플레이가 사실상 주 컨텐츠 입니다. 기본적으로 모두가 똑같은 레벨에 아이템도 맵에 널려있는 상황에서 서로 죽고 죽이는 실력을 겨루는 모드입니다. 싱글플레이가 RPG였다면 멀티플레이는 액션게임이라고 봐도 무방하죠.

 일단 RPG이면서 시야 시스템이 존재하기 때문에 기둥 뒤나 벽 건너편의 시야는 보이지 않습니다. 거기다가 캐릭터들이 한방기는 하나 둘 씩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순발력과 상황판단이 굉장히 중요하죠. 밸런스는 마법사가 좋다고들 하지만... 사실상 컨트롤 싸움이기 때문에 컨트롤로 압살할 수 있긴 합니다. 마법사가 컨트롤이 좋으면 초초초초압살이 가능하긴 하지만요.

 5. 왜 망했는가?

 적어도 중박은 할 수 있는 게임이였습니다. 한국에서도 충분히 인기를 끌 만한 요소가 많았고요. 하지만 <녹스> 는 성공한 게임보다는 흘러간 고전 게임이 되어버렸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녹스> 가 출시되고 1년도 채 되지 않아서 <디아블로 2> 가 출시됬거든요. <디아블로 2> 가 어떤 게임이였는지는 제가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되겠죠. 아이러니 하게도 디아블로 킬러라고 기대받던 게임이 디아블로에게 역킬을 맞았습니다. 이래서 인생은 타이밍인거죠. 웨스트우드는 이후에 악의 축 EA에 병합되어 버리고, <커맨드 앤 컨커> 시리즈도 점점 쇠퇴하게 됩니다.

<이 게임 때문에 인생 꼬인 분들 여럿 있을겁니다>

 6. 평가

 아직까지도 돌아가는 서버가 있을 정도로 나름대로의 매니아층이 형성된 게임입니다. 싱글플레이도 멀티플레이에 비하면 빈약하긴 하지만 충분히 재밌게 할 만한 모드이고, 멀티플레이는 갈라파고스화 되긴 했지만 타 게임에 비해서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마침 EA 오리진에서 무료로 배포하고 있으니 서버를 찾아서 해보시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