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용 블로그

<스타워즈 : 라스트 제다이> - 뼈대까지 부수면 어쩌자는 거죠. 본문

방송&영화/해외

<스타워즈 : 라스트 제다이> - 뼈대까지 부수면 어쩌자는 거죠.

Luckydays 2018. 5. 6. 14:39

 

 스포일러 주의!

 <스타워즈>, 영화 산업이 할리우드의 엄청난 영향을 받고, 할리우드가 미국 문화의 대표 자리를 유지하는 동안 <스타워즈> 란 프랜차이즈 영화는 영화 산업에서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에도 그랬죠. SF 영화의 걸작이자 막강한 팬덤을 지니고 있으며 조금 과장되게 말하자면 문화 자체가 된 영화입니다.

 2005년에 프리퀄 3부작의 마지막인 <스타워즈 : 에피소드 3> 가 나오고 10년만에 개봉한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 는 영화계와 팬덤의 환호를 받았습니다. 애니메이션, 게임, 만화책으로 연명하던 팬들에게 속편 영화라는 거대한 한상 차림을 선사해준 셈이니까요. 비록 기존에 쌓아놨던 설정이 모두 폐기되긴 했지만 과거 영화에서 보여준 모습, 배우들의 모습, 팬서비스는 충분히 팬들을 충족시킬 수 있었습니다.

▲ <깨어난 포스> 는 좋았습니다. 기존 팬들을 위한 영화이긴 했지만 일반 관객도 충분히 즐길 수 있었죠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스타워즈> 의 광팬이 아닙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보통 사람이라고 하기도 애매하죠. 어느 정도의 설정과 뒷이야기와 스토리는 알고 있지만, 팬과 매니아분들에게 비빌 수 있을 정도는 아닙니다. 굳이 분류하자면 라이트 유저정도라고 할 수 있겠네요. <스타워즈 : 라스트 제다이> 는 루크 스카이워커가 복귀한다는 것만으로도 라이트 유저인 저도 기대하게 만든 작품입니다. <깨어난 포스> 에서 불만족스러웠던 점들이 <라스트 제다이> 에서는 모두 보완되고 대박이 터질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왜...

 # 줄거리

 레아 오르가나가 이끄는 저항군은 새로운 악의 제국인 퍼스트 오더와 계속 대립합니다. 저항군은 전작에서 스타킬러 베이스를 파괴했지만 본기지가 발각되고 퍼스트 오더에게 쫓기고 있죠.. 한편 레이는 루크 스카이워커가 은신한 행성을 찾아가 루크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는데...

 # 긍정적인 면

 일단 <라스트 제다이> 에서 기존작의 주요 인물들은 모두 퇴장했습니다. 한 솔로와 루크 스카이워커는 죽었고, 레아 오르가나는 배우인 캐리 피셔의 사망으로 더 이상 출연이 불가능하죠. 기존 <스타워즈> 의 진 주인공인 스카이워커 가문은 모두 퇴장했고, 새로운 주인공인 레이, 핀, 포 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게 됬고, 새로운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판' 을 깔아놨죠.

▲ 기존 주인공은 퇴장하고 새로운 주인공이 제대로 자리 잡았습니다

 # 근데 기둥뿌리까지 뽑아가면 우짜냐

 문제는 이 '새로운 이야기' 를 위한 판을 깔기 위해서 기둥뿌리, 주춧돌 까지 싸그리 들어내버린 겁니다. 일단 대표적으로 '설정' 과 '캐릭터' 가 파괴되었는데요. 함대 전투신과 추격신을 보면 기존작에서 보여준 전투 개연성는 싸그리 무시됐고 하이퍼 스페이스 도약으로 함대를 파괴하는 걸 보면 정신이 멍해질 정도입니다. 광선검 원격조종이나 포스의 영이 라이트닝을 쓰는 장면은 기존작에서의 모든 개연성을 산산조각 내고도 남을 정도죠.

▲ 나오는 건 좋은데 어떻게 거기서 그런 행동을....?

 설정이 융단폭격을 맞고 광역박살이 났다면, 캐릭터는 집중포격을 받았습니다. 다른 캐릭터는 다 둘째치고 가장 심각한 캐릭터 붕괴는 루크 스카이워커와 로즈 티코. 루크는 제다이 마스터나 되는 사람이 수련생도 안되는 주인공한테 맞아서 쓰러지질 않나, 제자가 다크 사이드에 조금 유횩되었다고 광선검 들고 모가지를 자를 생각을 하질 않나. 제자가 배신하니까 충격먹고 배신 하질 않나.... 참고로 루크 스카이워커는 세상에서 두 번째로 사악한 사람을 선하게 만들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고' 목숨을 걸고 적진으로 단신 잠입한 '의지' 가 있는 캐릭터입니다. 이런 캐릭터를 의지 박약으로 만들어 놓다니...

▲ 배우도 인터뷰에서 루크 스카이워커가 아니라 다른 캐릭터 연기하는것 같다고 했습니다. 오죽했으면...

 로즈 티코는 자자 빙크스를 뛰어넘는 발암 캐릭입니다.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스토리가 무리한 전개, 떨어지는 개연성, 뜬금포 로맨스 등등 문제가 많은데, 절반 이상의 스토리 문제가 이 로즈 티코라는 캐릭터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기본적인 캐릭터 성격도 발암이고,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도 않으며, 이런 민폐 캐릭이면서도 뻔뻔할 정도로 당당하고 개똥 철학까지 가지고 있으면서 뜬금포 로맨스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이번 영화 최고 발암 유발 인물  

 거기다가 디즈니는 이 캐릭터를 동양계 + 여성 + 미인형이라고 할 수 없는 외모 라는 삼박자를 갖춰주면서 까임방지권까지 주려고 했어요. 로즈 티코라는 캐릭터를 까면 인종차별주의자에 성차별주의자에 외모차별까지 한다는 소리를 듣게 하려고 했던거겠죠. 이 캐릭터가 까임을 받는 이유는 배우의 문제가 아니라 시나리오, 더 나아가서 영화 자체의 문제입니다.

 # 설정과 캐릭터가 왜 중요한가

 이렇게 설정과 캐릭터를 막 까고 있으면 보이는 의견이 "기존작에서 탈피하기 위한 클리셰 파괴가 아니냐" 라는 의견인데요. 설정과 캐릭터는 영화의 기초 뼈대이고 관객이 영화, 특히나 시리즈에 몰입을 하기 위해서는 설정과 캐릭터에 일관성이 필요합니다. 설정과 캐릭터를 파괴하고 싶다면 파괴되는 과정이나 이유를 관객들에게 설명해줘야 되고요. 이런 과정 없이 설정과 캐릭터를 파괴하면 기존작과의 연관성은 줄어들고 팬들의 머릿속엔 물음표만 남게 되죠.

 # 스토리도 잘 말아먹었다.

 뭐 스토리 전개도 썩 좋지는 않습니다. <깨어난 포스> 에서 주인공이였던 레이, 핀, 포가 각각 이야기의 축을 담당하는데요. 레이는 루크 스카이워커에게 도움을 요청하러 가는 이야기, 포 다메론은 라스트 오더에게 쫓기는 저항군의 이야기, 핀은 라스트 오더로 잠입을 하는 이야기. 이 세 이야기가 각각 진행되면서 마지막에 하나로 모이는 식의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라스트 오더로 잠입을 하려고 하는 핀입니다. 영화에서 핀의 분량은 말 그대로 '불필요' 합니다. 통째로 핀의 이야기를 들어내도 영화를 이해하는 데에 큰 문제가 없을 정도죠. 말 그래도 필요 없는 이야기를 억지로 영화 속에 쑤셔 넣은겁니다. 그것도 1/3 이나 되는 분량을 말이죠.

 기본적으로 캐릭터 구축에 문제가 많고 캐릭터 붕괴가 심각하기 때문에 스토리 전개도 말끔하지 않습니다. 포 다메론의 이야기에도 문제는 많은데요. 긴박해야할 추격 장면이 다른 이야기와 맞추기 위해서 굉장히 느긋하게 흘러가고, 느긋한 추격신을 만들기 위해서 뭔지도 모를 작전을 뭔지도 모를 이유로 말해주지 않는 전개를 보여주죠.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가신다고요? 영화 자체가 그런걸 어쩌겠습니까

 레이 파트는 나쁘진 않습니다. 루크 스카이워커가 나는 자연인이다를 찍고 있고 기존작에서 보여준 영웅의 모습을 티끌 만큼도 보여주지 않는 점만 빼면요.

 # 떡밥 회수는?

 스포일러를 최대한 자제하기 위해서 말씀드리자면, 전작에서 마치 중요한 것처럼 뿌린 떡밥들은 대부분 다 분쇄되었습니다.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된 떡밥들은 실제로는 별 것 아닌걸로 밝혀지거나 아예 떡밥 회수 자체를 하지 않은 것들도 많습니다. 후속작으로 미룬 건지 그냥 맥거핀으로 남긴 건지 모르겠지만, '이럴 거면 전작에서 왜 강조를 했나...' 라는 생각만 들더라고요

▲ 나중에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책으로 팔아먹으려고 떡밥 회수를 안 한건 아니겠죠? 그러면 진짜 노양심

 # 영화 한 편으로 새로운 집을 지을 수 있을까?

 <라스트 제다이> 는 새로운 스타워즈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 기존에 쌓아놓은 집을 싸그리 허물어버렸습니다. 말 그대로 '싸그리' 요. 이제 새로운 집을 짓기 위해서는 기초 공사부터 해야되는데, 남은 영화 한 편으로 잘 해낼 수 있을까요? 영화 한 편으로 폐허가 된 집을 수습하고 삐까번쩍한 새 집도 지어야하는데 가능할까요? 제가 저렇게 장문으로 써 놓은 것 보다 더 많은 문제점이 있는데 이 모든 걸 잊게 해 줄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요? 두고 봅시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