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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 - 뒤틀린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

Luckydays 2017. 12. 28. 19:40

 


 2016년에 프랑스에서 한 영화가 개봉했습니다. 이 영화는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출품되고, 1년 후인 2017년에 한국에서 개봉했습니다. 평범한 드라마, 가족 영화라고 알려졌지만, 이 영화는 단순한 드라마/가족 영화가 아니였습니다.

 # 불편한 이야기

 영화의 시작은 여주인공인 미셸이 집에 침입한 괴한에게서 성폭행당하는 장면입니다. 여기서부터 영화의 시작이 심상치 않은데, 이 이후 미셸은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평범하게 자신의 일상을 보냅니다. 평범하게 일상을 보내는 와중에도 괴한이 계속해서 접근하는 것을 느끼고, 주인공은 범인이 누군지 나름대로 추적해나가게 됩니다.

 # 뒤틀린 인간군상

 이 영화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바로 인간들입니다. 주인공부터 시작해서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나사가 빠져있거나, 심성이 뒤틀려있는 사람들입니다. 가장 친한 친구의 남편과 불륜을 저지르는 주인공, 엄마에게 의존하면서 자존심만 강한 주인공의 아들, 연쇄살인으로 감옥에 갇혀있는 주인공의 아빠와 젊은 남자를 집에 끌어들여 살고있는 주인공의 엄마.

 주인공의 가족부터 막장가족이나 다름이 없는데, 주변인물 또한 별 다를바 없습니다. 주인공의 불륜남은 성폭행 당한 주인공을 위로하기는 커녕 잠자리를 요구하고, 주인공의 부하직원들은 주인공을 성적 농담의 대상으로 삼고있죠. 자상하고 따뜻하며 독실한 신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옆집 부부, 이 중 남편은 주인공을 덮친 괴한이고, 아내는 이를 알면서 묵과한 사람입니다. 이쯤되면 한국 막장드라마는 저리 가라급이죠.

 # 뒤틀린 세상에서 살아가는 뒤틀린 인간들

 하지만 이 영화는 인간의 추악한 면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닙니다. 주인공은 철없는 아들을 어떻게든 챙기는 어머니의 모습도 보여주고, 주인공의 친구 역시 주인공이 불륜을 고백하자 용서하는 대인배적인 모습을 보여주죠.

 이 영화는 평범한 인간군상의 모습 중에서 뒤틀린 면을 약간 과장해서 보여줬습니다. 사회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추악한 면, 비밀스러운 면을 감추고 있죠. 이런 뒤틀린 사람들이 모인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뒤틀린 사람이 되어갈 수 없다는 면을 보여줍니다. 미친 사람이 모인 곳에서는 미친 사람이 정상인 것 처럼 말이죠.

 # 정치적 올바름과 약자 프레임

 인간군상에서 벗어나 다른 면으로 영화를 살펴볼까요. 이 영화는 정치적 올바름이란 프레임에서 벗어난 영화입니다. 여혐/남혐을 논하기에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여성과 남성의 모습은 너무 다양합니다. 페미니즘은 이 영화에서 망가졌고, 가족애는 이 영화에서 처참히 부서졌습니다. 남녀간의 사랑? 이 영화의 첫 장면이 성폭행 장면인 걸 잊으시면 안됩니다.

 약자는 무조건 선하고 강자는 무조건 악한 존재일까요? 주인공보다 사회적으로 약자인 부하직원들이 주인공을 성적 농담으로 사용할 때 약자는 악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주인공이 물리적 강자인 괴한의 성폭행에 동조했을 때 약자는 선한 존재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불특정 시민이 주인공에게 커피를 뿌릴 때, 강자가 악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정치적 올바름과 사회적 통념, 관념을 무참히 부수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서 나오는 인물들은 흔히 생각하는 선과 악이 통하지 않는 인물들입니다. 강자, 약자, 피해자, 가해자, 종교, 성별, 사회적 지위 등등을 통해서 규정되던 인물상과는 전혀 다른 인물을 보여주죠.

 # 보지 마세요, 불편하니까...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굉장히 무건조한 톤으로 흘러가는데다가 불편한 이야기 전개와 불편한 장면들이 한가득이거든요. 게다가 사회적 통념과 관념을 배반하는 영화라니, 대중들이 싫어하기에 너무 완벽한 영화이죠.

 이 영화는 철학적이고 예술적인 면에서 뛰어난 작품입니다. 흔히 말하는 영화제용 영화, 평론가용 영화이죠. 이 영화를 보는 방법은, 영화를 보고 여러 평론을 보면서 자신만의 의견을 수립하는 것입니다. 섣부르게 판단하지 말고 영화를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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