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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 여기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본문
까놓고 말하도록 하죠. 저는 무신론자 입니다. 조금 더 자세하게 파고들자면 범신론자라고 할 수있겠군요. 또 저는 종교를 싫어합니다. 종교의 이름으로 행하는 일들 중에서 선한 일들보다는 악한 일들이 훨씬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제가 직접적으로 맞딱드리는 일들 중에서도 종교와 관련된 경험이라면 불쾌한 경험이 대다수였습니다.
하지만 종교라는... 학문? 분야? 분야가 좋겠군요. 분야를 다른 관점으로 접근한다면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종교에서의 신비주의나 신화에서의 상징적인 면, 영화나 소설같은 매체에서 많이 차용하는 종교의 판타지적인 측면은 저도 상당히 좋아합니다. 이미 대중화된 문화매체 중에서도 종교나 신화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들이 드물죠.
서문이 길어졌습니다. 오늘은 기독교와 관련된 책 같지만, 자세히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책인 단테의 <신곡> 입니다.
1. 줄거리
주인공이자 화자인 단테가 길을 걷던 도중 우연히 지옥과 연옥을 구경하고, 천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많은 분들이 <신곡> 하면 지옥편을 많이 떠올리시지만, 연옥과 천국에 관련된 이야기도 같이 있습니다. 다만 연옥편과 천국편은 지옥편에 비해서 난해하고 복잡하고 묘사도 에매하게 되어있어 읽기가 어렵기 때문에, 독자들이 읽다가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평온하고 행복한 천국보다는 지옥이 아무래도 독자들의 기억에 더 강렬하게 남기 때문에, 지옥편만 기억하는 경우가 많죠.
<천국과 지옥 여행 가이드라고 보셔도 됩니다>
2. 종교적인 관점
일단 시대적으로 살펴보자면, 단테가 살던 시대에는 기독교적인 사상이 기본적으로 깔려있던 시대였습니다. 지금의 우리나라가 유교 사상이 기본으로 깔려있는 것 처럼요.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는 비기독교인이 보면, 조금 불쾌할만한 묘사도 보입니다. 비신자들은 무조건 지옥(가장 편하긴 하지만)으로 간다는 묘사가 대표적이죠.
이 책의 큰 특징은, 그리스 로마 신화와 기독교라는 서양의 큰 문화 두 가지를 하나로 통합했다는 점입니다. 하나님을 볼 수 있는 천국과 죄를 짓고 세례를 받지 않는 자들이 떨어지는 지옥이라는 측면에서는 기독교적인 색채가 보이지만,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등장하는 지옥의 모습을 보여준다거나, 그리스 로마의 신화 및 고전 작품을 인용하는 걸 보면, 그리스 로마 신화의 색채도 동시에 보여주고 있죠.
3. 문학적인 관점
지옥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묘사했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이 책에는 작가 단테의 개인적인 관점이 아주, 듬뿍, 거하게, 많이 들어있습니다.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고통이 없는 림보에 머무르고, 카이사르를 암살한 브루투스가 지옥의 최하층에서 고통받고 있다고 묘사되는데, 카이사르와 브루투스에 대한 작가의 평가가 어떤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죠. 또 작가가 개인적으로 싫어하던 사람이나 정적들도 대놓고 지옥에 많이 들어있습니다. 또 단테가 몇몇 죄인에게는 동정심도 보여주고 있죠. 작가의 개인적인 사상이나 관점이 많이 반영된 작품이란 걸 알 수 있습니다.
이 당시 대부분의 글들은 라틴어로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였는데, <신곡> 은 라틴어가 아닌 이탈리아어로 쓰여져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이하게 방언인 토스카나 방언으로 쓰여져 있죠. 당대의 이탈리아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건 물론이고 현대의 이탈리아어 연구에도 <신곡> 은 빠질 수 없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워낙 소설이 유명해지다보니 기독교의 정식 교리처럼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죠>
4. 시대적인 관점
<신곡> 에는 중세시대 사람들에 대한 정보가 상당히 많이 담겨있습니다. 물론 작가의 주관적인 관점이 많이 개입된 책이긴 하지만, 중세시대 사람들의 기본적인 가치관, 세계관은 물론이고 신학적인 부분, 지리, 천문학 등등 중세시대에 사람들의 생활상과 생각을 대강이나마 알아볼 수 있습니다.
5. 평가
<신곡> 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읽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지옥편 정도는 쉽게 풀어놓은 책도 있어서 어찌어찌 차근차근 읽을 수 있는 반면, 연옥편과 천국편까지 넘어가게 되면 교양을 쌓는 수준으로 읽기에는 너무 버거운 책이죠. 애초에 <신곡> 이란 책은 대학교나 대학원에서 연구용으로도 파고 들만큼 어렵고 복잡하고 읽기 힘든 책입니다. 저 역시 지옥편만 간신히 읽고 연옥편과 천국편은 손도 못대고 있으니까요.
이런 어려운 난이도 따위 씹어먹을 수 있는 능력자 분들이나, 이런 어려운 난이도를 즐기는 노오오오오오력이 가능하신 분들에게는 명작 반열에 들만한 책이기도 합니다. 내공이 쌓이고 능력이 되시는 분들에게는 추천합니다. 간략하게 압축해놓은 입문 <신곡> 정도라면 모든 분들에게도 추천할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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