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의 노래> - 고독한 영웅의 이야기

 충무공을 다룬 여러가지 미디어 매체가 많습니다. 드라마 <징비록> 도 해당되고 영화 <명량> 과 <불멸의 이순신> 까지 다양한 매체에서 충무공을 다루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온 나라가 흔들렸던 전쟁과 전쟁 속에서 등장한 영웅이기도 하고, 해전 역사에서도 위대한 제독이면서 전쟁 마지막에 전사하면서 영웅의 모든 조건을 갖춘 인물이기 때문이겠죠. 이번에는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 를 리뷰해보겠습니다.

 1. 역사? 소설?

 <칼의 노래> 는 김훈 작가가 쓴 '소설' 입니다. 기본적으로 <난중일기> 를 토대로 하고 있고 그 기록을 따르고 있긴 하지만 작가 자신의 상상력 어느정도 가미된 소설이라는 거죠. 흔히 말하는 팩션에 해당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실제로도 책의 내용에 역사적 사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감자나 고구마의 때 이른 등장이라던가, 명군 선박의 묘사라던가 같은 사소한 부분이긴 하지만요.

 2. 스토리

 충무공의 백의종군 시점부터 전사할 때 까지를 다룹니다. 특이하게도 이순신 장군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며 나름대로 유명한 다른 역사적 인물들은 많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충무공에 포커스를 맞춘 소설이죠.

 3. 특징

 첫 번째로 문장이 굉장히 간결합니다. 강하고 뚝뚝 끊기는 문장을 사용하는데, 1인칭 시점과 어울려서 주인공의 성격을 굉장히 잘 잡아줍니다. 전쟁과 내분에 지친 모습의 주인공, 온 백성의 유일한 희망이 된 주인공이란 면을 잘 잡아주면서, 짧고 강렬한 문장이 마치 거대한 고목이나 산 같은 캐릭터를 잡아줍니다.

 두 번째로는 임진왜란에 대한 신선한 해석을 보여줍니다. 충무공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으면서, 그 당시 왕이였던 선조는 주인공을 견제하고 정치적으로 제거하려 하는 악역으로 등장합니다. 왕실과 반대로 백성들은 충무공을 유일한 희망으로 삼고 있고, 일본은 전쟁을 일으킨 집단으로 묘사되지만 일본군 개인은 전쟁에 희생된 또 다른 희생자라는 시선도 보여줍니다.

 마지막으로는 주인공의 심리묘사가 굉장히 뛰어납니다. 절망속에서도 희망이 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군인의 본분을 다 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백성들의 시체를 보면서도, 왕에게서 부당한 명령이 내려와도 그저 묵묵하게 나아가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그러면서도 개인적인 감정은 딱딱하게 묘사됩니다. 그런 묘사를 통해 충무공이 얼마나 힘든지, 지쳐있는지 짐작이 가능합니다.

 4. 평가

 '한국 문학에 벼락처럼 쏟아진 축복' 이란 평가가 아깝지 않습니다. 완성도 면에서도 뛰어나고, 재미 면에서도 뛰어납니다. 특히나 문장을 통한 몰입감은 제가 봐온 책 중에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되고요. 생각보다 딱딱하고 어려운 책도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