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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 우리들의 일그러진 사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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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 우리들의 일그러진 사회

Luckydays 2016. 8. 31. 00:01

 


 교과서에 많이 나오는 소설이란 건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전통적, 보편적인 문화적 가치를 지닌 작품일수도 있고, 두루두루 읽기 쉬운 작품일수도 있고, 아니면 문법이나 어휘를 잘 쓴 작품일수도 있죠. 하지만 제 생각에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은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사회적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꾸준히 연구되고 분석되고 학생들에게 보여지는 것 같습니다.

 1. 스토리

 서울에서 시골로 전학을 온 초등학교 5학년인 주인공 병태는 자신의 반이 약간 이상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자신의 반 학생들이 반장인 엄석대의 명령을 무조건 적으로 따르고 엄석대는 독재적으로 학급을 통제하는 걸 알게 되죠. 병태는 이런 엄석대에게 처음에는 맞서지만 이내 엄석대의 권력과 힘에 밀려서 문제아로 몰리게 됩니다. 점점 힘들어진 병태는 결국 석대에게 굴복하고 석대의 친위대로 들어가면서 특권과 이익을 맛보게 됩니다.

 그러던 중 서울에서 담임 선생님이 새로 부임하게 됩니다. 담임 선생님 역시 병태처럼 학급에서 이상한 점을 찾고 결국 엄석대의 부정행위를 찾고 엄석대는 몰락하게 되죠. 엄석대는 학교에서 뛰쳐나가고 서울로 떠난다는 소문만 맴돌게 됩니다. 30년 후 병태는 경찰에게 잡혀가는 석대를 보고 밤에 술잔을 기울이면서 소설은 끝납니다.

 2. 첫 번째 분석

 작은 사회라고 할 수 있는 학급에서 "힘" 을 가지고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잘 보여줍니다. 반장인 엄석대는 또래와 다르게 나이가 많고 싸움을 잘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반 학생들을 마음대로 통제하죠. 폭력은 물론이고 반장 선거를 조작하고 대리 시험까지 치르게 합니다. 하지만 이런 독재자였던 엄석대도 결국 몰락하게 되죠. 어디서 비슷한 상황을 본 것 같죠?

 3. 좀 더 심층적인 분석

 병태는, 정의로운 사람입니다. 하지만 결국 자신을 짓누르는 권력에 굴복하고 권력에 복종하게 되고 권력에 편입되는 사람이죠. 어찌보면 시대의 지식인 층을 투영하고 있습니다. 권력에 맞서지만 결국 권력에 굴복하고 타락하는 그런 사람이죠.

 엄석대는, 소설 내에서는 절대악입니다. 힘와 폭력에 의지하고 거짓과 부정으로 자신의 반을 말 그대로 지배하고 있죠. 하지만 사회에서도 절대악일까요? 5학년 때의 담임 선생님과 다른 선생님들에게 신뢰를 받고 있습니다. 자신의 상급자에게는 잘 보이는 사람이죠. 약자를 찍어내리고 강자에게 잘보이는 사람들은 흔하게 보입니다. 군대에서, 회사에서, 사회에서요.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절대악으로 평가받지는 않죠.

 김 선생을 봅시다. 엄석대를 몰아내고 학급에게 자유를 준 해방자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7~80년대의 학교에서 저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렇게 해석할 수 있죠. 하지만 이 캐릭터를 사회에 투영시키면 해방자라고 할 수 있을까요. 김 선생은 혁명가이긴 하지만 대중이 능동적으로 혁명을 일으키게 한 혁명가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자신의 힘과 폭력을 통해서 개혁을 불러온 사람이죠. 이런 사람은 어느정도의 선을 넘으면 해방자가 아닌 또 다른 독재자가 될 위험성이 있습니다.

 4. 복잡하다 복잡해

 이 소설이 교과서에 그렇게 많이 실리고, 또 학자들에게 많이 분석되는 이유는 이 소설이 우화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동물이 주인공은 아니지만, 사회에서 보이는 문제점과 사회에서 보이는 여러 사람의 군상을 학급이라는 작은 사회에 투영했으니 우화적인 소설이라고 봐도 되겠죠. 거기에 추가로 모호함까지 가지고 있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한병태와 엄석대는 어느정도 평면적인 캐릭터이긴 하지만 김 선생이란 캐릭터는 상당히 입체적이고 양면적인 캐릭터다 보니까, 여러 사람들이 여러 면에서 해석할 수 있는 겁니다.

 5. 성장소설?

 주인공 한병태가 순수함을 잃고 권력에 찌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성장소설일까 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성장소설이 언제나 긍정적인 성장만을 보여주진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소설 역시 성장소설이라고 할 수 있죠. 어리고 이상적인 정의를 믿던 한 소년이 힘에 굴복하고 권력을 맛보면서 사회에 적응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니까요. 이 글을 보는 여러분들 역시 그러지 않았나요?

 6. 평가

 사회는 변합니다. 그리고 사회에 내제된 문제점들도 없어지고 생겨납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점은 변하지 않고 대표적인 인물상도 변하지는 않죠.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은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도 통용될만한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어야 되는 첫 번째 이유입니다.

 사회가 변하듯이 사람도 변합니다. 이 책을 처음 읽은 초등학생인 저와 이 책을 지금 읽은 성인인 저는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고 해석이 다를 수 밖에 없죠. 나이가 먹었고, 이상보단 현실을 바라보게 되었으니까요. 옛날에 읽어봤던 분들도 이 책을 다시 한 번 읽어야 되는 두 번째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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