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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 - 신파와 함께

Luckydays 2018. 1. 15. 20:53

 


 <신과 함께> 를 관람했습니다. 사실 <라스트 제다이> 를 꼭 보고 싶었는데, 타이밍 좋게 극장에서 내려갔더라고요. <코코> 는 시간대가 맞지 않아서 못보고 가장 가까운 시간대에 있던 <신과 함께> 를 봤습니다. 보고 난 후의 느낌은 조금 많이 애매했습니다. 이 영화가 과연 명작일까요....?

 스포일러 강력 주의!!!

 # 스토리

 소방관이였던 김자홍은 화재 현장에서 아이를 구하고 난 후 사망합니다. 그 후 삼차사를 따라서 저승으로 가게 되는데요. 저승에서 49일 내로 7개의 재판을 통과해야 무사히 환생할 수 있는 자홍, 삼차사들이 자홍을 열심히 변호하는 가운데, 저승과 이승에서 무언가 사건이 발생하고 자홍의 숨겨진 과거가 드러나게 됩니다.

 # 신파가 나쁜건 아니다

 이 영화는 마지막에 관객에게 대놓고 울라고 하는 신파 영화입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초반부에는 개그와 감동요소를 적당히 섞어준 후에 마지막에 감동과 슬픔을 빵 하고 터트리는 전형적인 한국식 신파 영화죠.

 물론 신파 영화가 무조건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신파 영화를 선호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개인 취향의 문제이죠. 다만 문제는 이 영화가 따르는 신파의 흐름이 너무 전형적이고 틀에 박혔다는 점입니다. 저승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화려한 CG로 포장하려고 노력하지만 결국에는 전형적인 신파 영화로 마무리되고요. 기존 흥행 공식에 맞춰서 만들어졌다는 건 대중에게 친숙할 수 있다는 장점이 될 수 있지만, 독특하지 않다는 치명적인 단점이기도 합니다.

 # 뭔가 앞뒤가 안맞는 설정

 영화를 보면서 굉장히 몰입에 방해가 될 정도로 앞뒤가 맞지 않는 설정구멍들이 있습니다. 가장 먼저 작중 등장하는 삼차사인데요. 그중에서도 월직차사 이덕춘은 무려 천년이라는 경력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어리버리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천년동안 변호를 한 베테랑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죠. 또 작중 인물들이 변호에 재능이 있다고 하는데, 이 재능을 보여준 일도 없었습니다. 이럴거면 그냥 신입이라고 설정하는게 나았을 겁니다.

▲ 천년동안 먹은 짬밥이 이거 밖에 안되나...?

 귀인이라는 설정도 앞뒤가 맞지 않는데요. 타인과 비교하여 선량하게 살아온 자홍에게 귀인이라는 칭호를 붙여줍니다. 이는 자홍의 평소 행실이 어땠는지 이미 결과가 나와있다는 점이고, 그렇다는 말은 재판도 필요가 없다는 거죠. 하지만 저승에서는 귀인에게도 재판을 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뭐 이건 그럴 수 있다고 칩시다. 어디까지나 형식적으로 재판을 한다고도 할 수 있죠. 하지만 막바지에 자홍의 숨겨진 죄가 밝혀지는데, 이 죄를 보면 귀인이라는 칭호가 왜 내려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용서받지도 못한 천륜에 어긋나는 죄를 지을 뻔 하고, 이로 인해서 마지막에 처벌받기 직전까지 갔는데 어째서 귀인이라는거죠?

▲ 귀인이란 설정은 결국 낚시밖에 되지 않습니다. 반전도 아니고 낚시요 낚시

 그 외에 현몽과 관련된 설정, 원귀와 귀인, 염라대왕의 뻘짓, 결국엔 돌지 않은 생활관 등등 많이 있긴 하지만, 이 오류들은 설정오류가 될 수도, 후속작에서 풀릴 떡밥이 될 수도 있어서 따로 말하진 않겠습니다.

 # 너무나도 아쉬운 마지막

 마지막 모래폭풍 장면은 없는게 나았습니다. 심지어 그 모래폭풍 장면은 없어도 영화에 전혀 지장이 없었을겁니다. CG 기술력을 자랑하고 싶었던건지 모르겠지만, 이 장면 만큼은 너무나도 큰 오점이였습니다. 이 장면 나오고 제 마음속의 영화에 대한 평가가 쭈욱 떨어졌으니까요.

 다른 아쉬운 점도 빠르게 훑어볼까요. 초반부에는 김자홍이, 후반부에서는 강림도령과 김수홍 때문에 암 걸리는줄 알았습니다. CG는 나쁘지 않았지만 강림도령이 물 속에서 변호하는 장면과 모래폭풍 장면은 너무 CG티가 많이 났습니다. 특히나 물 속 장면은 대놓고 그린스크린 티가 팍팍 났고요. 다만 도시에서 원귀와 강림도령이 싸우는 장면은 개인적으로 괜찮았습니다. 악역에 대한 징벌이 결국 이뤄지지 않은 것도 아쉬웠습니다. 특히나 악을 징벌하는 지옥에 대한 영화라면 악인에 대한 심판도 보여주는게 주제에도 맞고, 관객들의 카타르시스도 충족시켜줄 수 있었을 겁니다.

▲ CG는 다 좋은데 이 장면에서만 폭망했습니다.

 # 흥행공식에 맞춘, 전형적인 대중용 신파극

 뭐 여러 단점들이 있긴 하지만, 못 볼 정도로 나쁜 영화는 아닙니다. 제가 만약 혼자 이 영화를 봤다면 위와 같은 불만사항을 내세우며 투덜거렸겠지만, 친구나 가족, 연인과 같이 보기에는 너무나도 무난하고 실패할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합니다. 적당히 흥행할 수 있고 관객의 취향을 최대한 타지 않는 잘 만든 대중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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